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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구상금 1000만원, 피고 완전승소

교통사고 구상금 1000만원, 피고 완전승소

 

의뢰인은 책임보험에만 가입한 상태로 운전하던 중 사고를 냈는데요, 저속으로 주행하다 앞 차량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추돌하게 된 것입니다. 다행히 사고 당시 의뢰인의 차량 속도는 시속 5km 정도로 매우 느렸기에 상대방 차량의 물적 피해 규모는 30만원 상당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고로 인해 상대방 운전자가 경추 및 요추의 염좌와 긴장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피해자는 사고 발생일을 전후로 무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통원 및 입원 치료를 반복했고, 피해자의 보험사는 치료비를 포함해 총 1,000만원을 지급한 후 의뢰인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죠.

의뢰인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물론 자신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작 시속 5km로 주행하다 일으킨 경미한 추돌사고로 인해 누군가가 1년 넘게 병원 신세를 질 정도로 큰 상해를 입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의뢰인은 저를 찾아오셨고, 본격적으로 소송 대응을 위한 준비에 돌입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사건의 관건은 피해자의 상해와 이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것이었습니다.

피해자가 주장하는 증상들이 과연 이 사고로 인해 초래된 것인지, 사고로 인해 발생했다고 볼만한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했습니다.

본 변호인은 우선 사고 당시의 구체적인 경위를 재구성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교통사고의 물리적 힘의 크기는 충돌 시 양 차량의 속도, 차량의 크기와 무게, 도로 및 기후 조건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조사 결과 사고 당시 피해자의 차량은 정지해 있던 상태였고, 의뢰인의 차량은 서행하다가 피해자의 차량을 뒤에서 경미하게 추돌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지해 있는 선행 차량을 후행 차량이 추돌하는 경우에는 선행 차량 탑승자의 상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치료 기록을 꼼꼼히 살펴본 결과 제 의구심은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왜냐하면 피해자가 이 사건 사고 전에도 이미 경추염좌, 요추염좌 등의 비슷한 증상들로 꾸준히 병원을 다녔던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기존에 앓고 있던 지병 또는 퇴행성 변화로 인해 상습적, 반복적으로 병원을 찾아온 기록들이 다수 존재했던 것이죠.

이는 매우 중요한 사실입니다. 피해자가 교통사고 전부터 이미 목, 허리 등의 부위에 만성적인 통증이나 기능장애를 앓고 있었다면 그것이 사고로 인해 유발 또는 악화된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사고가 그리 크지 않은 경미한 추돌사고였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합니다.

저는 이 점을 적극적으로 법정에서 주장하였습니다. 피해자의 증상과 이 사건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면서, 장기간에 걸친 피해자의 치료는 기존 증상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일 뿐 이 사고로 인한 직접적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나아가 보험사가 지급한 1,000만원 상당의 비용 역시 이 사고와 무관하거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상당하므로, 이를 고스란히 의뢰인에게 구상금으로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재판부를 설득하였습니다.

다행히 법원도 같은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부는 충돌 당시 피고 차량의 속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점, 피해 차량의 수리비가 경미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사고의 충격이 그리 크지는 않았을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사고 전부터 이미 유사 증상으로 병원을 다녀온 피해자의 기왕증까지 감안하면, 피해자의 상해와 장기적 치료가 이 사건 사고의 자연스러운 결과 또는 책임 전부로 귀결되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판시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1심 법원은 원고 보험사의 구상금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의뢰인에게 승소 판결을 내려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