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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 층간소음 칼부림 현장 이탈한 경찰관…잘못된 판단이었지만, 처벌 어려운 까닭

층간소음 분쟁이 살인미수 사건으로⋯흉기 든 가해자와 피해자 두고 자리 뜬 경찰관 파문

“경찰이 피해자 보호 안 했다”는 비판 이어져도, 해당 경찰관에게 ‘직무유기’ 적용 어려운 이유는

단, 모든 법적책임에서 자유롭다는 것 아냐⋯경찰관 개인 손해배상, 국가배상 등 가능성 있어

이웃 간의 층간소음 분쟁이 살인미수 사건으로 번졌다. 당시 경찰관이 현장에 있었지만 범죄 피해를 막지 못했다. 가해자가 흉기를 휘두르는데도, 지원 요청을 한다며 그대로 자리를 이탈했기 때문. 해당 경찰관에게 ‘직무유기죄’를 적용할 수는 없는 걸까. 사진은 지난 17일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된 가해자. /연합뉴스·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층간소음을 이유로 이웃 주민에게 칼을 휘두른 사람. 이 일로 3명이 다쳤고 그중 한명은 의식불명 상태다. 이 사건 가해자는 지난 17일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가해자가 구속된 이후에도 여론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가해자가 칼을 휘두를 것이 버젓이 보이는데도, 사건 현장을 이탈한 경찰관 때문이다.
관할청인 인천지방경찰청이 지난 18일 SNS를 통해 “해당 직원들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며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경찰이 사건을 키웠다”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피해자 가족조차 “경찰의 직무유기를 처벌해달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까지 게시한 상황.
로톡뉴스가 이번 사건에선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해 볼 수 있을지 검토해 봤다.
경찰관 ‘현장 판단’ 잘못됐다는 의견 많았지만, ‘직무유기’ 처벌 여부는 의견 갈렸다
우리 형법(제122조)은,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유기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한다. 이번 사건 역시 국민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관이 도리어 범죄 피해를 키운 결과를 낳았으니 직무유기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변호사 5명 중 4명은 “경찰관 A씨가 잘못된 판단을 해서 일을 키웠다는 비판을 면하긴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직무유기죄를 적용하긴 힘들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유승 종합법률사무소의 신동희 변호사는 “직무유기는 무능력을 처벌하는 게 아니라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을 때 성립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당시 경찰관 A씨는 가해자를 적극 막아서는 대신 지원 요청을 해서 상황을 수습하려고 했다”며 “일부나마 경찰로서 대응을 했다면 직무유기죄로 처벌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유승 종합법률사무소의 신동희 변호사, 법무법인 유준의 박지혜 변호사. /로톡·로톡뉴스DB
(왼쪽부터) 유승 종합법률사무소의 신동희 변호사, 법무법인 유준의 박지혜 변호사. /로톡·로톡뉴스DB
법무법인 유준의 박지혜 변호사는 “다른 경찰관을 부르기 위해 내려간 것을 직무를 수행하지 않겠다는 고의로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태희의 김경태 변호사도 “경찰관 A씨가 완전히 무단이탈을 했거나, 의식적으로 직무를 포기하는 등의 행동을 했던 게 아니라면 직무유기죄 적용은 힘들다”고 의견을 냈다. 서울종합법무법인의 류제형 변호사 역시 동일한 의견이었다.
반대로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 변호사도 있었다. 당시 경찰관 A씨가 테이저건과 삼단봉 등 장비를 갖추고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법무법인 청율인의 김영환 변호사는 “경찰관의 직무 특성에 비춰볼 때, 즉시 조치가 요구되는 급박한 상황이었던 걸로 보인다”면서 “테이저건 등으로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바로 자리를 이탈하여 도움만을 요청한 것이라면 직무유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짚었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률사무소 태희의 김경태 변호사, 서울종합법무법인의 류제형 변호사, 법무법인 청율인의 김영환 변호사. /로톡·로톡뉴스DB
(왼쪽부터) 법률사무소 태희의 김경태 변호사, 서울종합법무법인의 류제형 변호사, 법무법인 청율인의 김영환 변호사. /로톡·로톡뉴스DB
직무유기 안 된다 하더라도 민사 책임이나 국가배상 책임 나올 가능성 있다
변호사들 대다수가 해당 경찰관이 직무유기로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경찰관이나 국가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건 아니라고 했다.
류제형 변호사는 “직무유기죄 구성요건으로 경찰관 개인을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지, 아예 법적책임이 없다는 건 아니다”라며 “적절하지 못한 대응 등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으므로, 경찰관 개인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고, 국가배상 등도 문제 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형사처벌은 면하더라도 경찰관 개인이 범죄 피해 가족에게 손해배상을 하거나, 국가가 ‘잘못 행동한 경찰관 때문에 벌어진 일’에 대한 배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