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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 “칼부림 현장 이탈 경찰이 뭘 했는지 알고 싶다” 층간소음 피해자 요구가 거부된 이유

일명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 측 “현장 CCTV 공개 해달라”

변호사들 “피해자 요청 거부된 이유 있어⋯정보공개법·개인정보보호법·형사소송법 등이 근거”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 측이 당시 ‘CC(폐쇄회로)TV’를 공개해달라고 거듭 요청하고 나섰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일명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 측이 사건 당시 ‘CC(폐쇄회로)TV 공개’를 놓고 또 다른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피해자들이 가해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동안 경찰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알고 싶은데, 당시 CCTV를 볼 수 없어서다. 경찰과 사건이 벌어진 건물을 관리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피해자 측의 CCTV 공개 요청을 거부했다. 법원에 증거보전 신청도 했지만 이마저도 기각됐다.
이에 지난 27일, 피해자 측은 CCTV 공개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28일 오후 두 시 기준 1만 명이 동의를 했다.
피해자 측의 CCTV 공개 요청⋯경찰과 법원 LH가 거부한 건 ‘법’ 때문
피해자이니, 당연히 사건 당시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CCTV 공개는 피해자가 원한다고 곧바로 이뤄지지 않는다.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청과 허가가 이뤄진다. 그런데 변호사들은 이번 사안의 경우, 피해자의 CCTV 공개 요청이 거부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세창의 추선희 변호사는 “보통 경찰은 다른 사람들의 신변이 노출되는 점을 우려해 CCTV 공개를 거부하는 편”이라고 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 중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여기에서 개인정보란 성명이나 주민등록번호,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 등을 말한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무법인 세창'의 추선희 변호사, '법률사무소 태희'의 김경태 변호사. /로톡DB
(왼쪽부터) ‘법무법인 세창’의 추선희 변호사, ‘법률사무소 태희’의 김경태 변호사. /로톡DB
또한 정보공개법은 범죄 수사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상당한 이유 등이 있다면 공개를 허가하지 않는다(제9조 제1항 제4항). 법률사무소 태희의 김경태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경찰은 기밀 유지 등의 이유를 들어 수사와 관련된 자료는 보여주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결정은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 법률 제71조는 법률이 정한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때 정보 주체란 영상에서 알아볼 수 있는 사람으로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 등이다.
추선희 변호사는 “LH 입장에서는 법률을 위반할 경우 부담이 있기 때문에 결국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렇다면 법원은 왜 피해자 측의 증거보전 신청을 기각했나
법원의 결정에도 이유가 있다는 게 변호사들의 의견이었다. 피해자 측은 법원에 CCTV 영상이 훼손되거나 삭제되는 상황을 막아달라는 의미의 ‘증거보전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해당 사안을 판단한 인천지법 민사35단독 정현설 판사는 이미 수사기관이 CCTV 사본을 증거로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훼손 등이 될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김경태 변호사는 ” 증거(CCTV)를 보전하지 않으면 그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어야 (증거보전 신청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184조에 근거한다. 이어 김 변호사는 “이미 수사기관이 CCTV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증거보전 신청을 받아들일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피해자 측이 CCTV를 확인하거나 확보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 변호사들은 방법은 있지만, 당장은 어렵다고 했다. 김경태 변호사는 “향후 법원에 경찰이나 LH를 상대로 ‘CCTV를 달라’는 의미의 사실조회를 신청할 수 있다”면서도 “이를 통해 피해자가 해당 영상을 소지할 수는 있지만, 보통 수사가 끝난 다음에 가능하다”고 했다.
추선희 변호사는 “재판이 시작된 이후, 법원에 재판 자료에 대해 열람 복사 청구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법원도 피해자의 증거보전 신청을 기각하면서 “영상은 추후 재판에서 문서 송부 촉탁 등의 방법으로 충분히 CCTV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추 변호사는 “법원의 재량에 따라 허용 범위가 결정되기 때문에 피해자 측이 공개를 원하는 부분을 열람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