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1차 소견에 따라 폭행 치사에서 살인 혐의로 변경

70㎝ 길이 막대기로 직원을 찔러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 A씨가 구속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A씨가 범행을 자수하기 불과 몇 시간전, 경찰이 사건 현장에 출동하고 그냥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센터 바닥에 누워 있는 피해자 B씨를 직접 보고도 범죄 정황이 없다고 판단해 철수했다.
국과수 “항문 부위 찔려 장기 손상으로 사망”⋯폭행치사에서 살인사건으로 전환
사건은 지난해 12월 마지막 날.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누나가 폭행 당하고 있다”는 A씨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출동해 수색을 했지만, 누나라는 사람은 없고 A씨와 B씨 둘뿐이었다.
당시 술에 취해 있던 A씨는 “누나가 맞고 있다는 식으로 신고한 사실이 없다”고 말을 바꾸고 “어떤 남자가 들어와서 싸웠는데 현재 도망갔다”며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경찰이 CC(폐쇄회로)TV를 확인하겠다고 요구하자, A씨는 거절하며 “나중에 직접 경찰서에 가서 고소하겠다”고 했다. 현행법상 경찰이 CCTV를 확보하거나, 확인하려면 법원의 영장 혹은 관리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당시 센터 바닥에는 B씨가 누워있었다. 경찰은 B씨의 가슴에 손을 얹고 맥박 등 상태를 확인했다. 이에 A씨는 “(B씨는) 이번 사건과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며 “술에 취해 잠들어 있으니 건들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 결국 경찰은 B씨가 자고 있다고 판단하고 돌아갔다.
A씨가 또 경찰에 신고한 건 그로부터 약 7시간 뒤였다. “일어나보니 직원 B씨의 의식이 없다”는 것. 경찰이 출동했을 때 B씨는 온몸에 멍이 든 채 사망한 상태였다.
이에 대해 A씨는 “B씨와 함께 술을 마셨는데 B씨가 음주운전을 하려고 해 말리다가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A씨 스스로 자신의 범행으로 B씨가 숨졌다고 인정한 셈이었다. 이후 A씨는 폭행치사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그런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B씨의 항문 부위가 막대에 찔리면서 장기가 손상돼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1차 소견을 내면서 이번 일은 ‘살인사건’으로 전환됐다.
폭행치사는 가해자에게 상대방을 죽이려는 고의는 없었지만, 폭행을 하는 과정에서 사망했을 때 적용된다. 하지만 살인죄는 다르다. 가해자에게 피해자를 살인할 의도가 있다고 인정될 때 적용되는데, A씨 경우도 이러한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돼 살인죄로 혐의가 변경된 것이다. 실제로 발견 당시 B씨의 엉덩이 쪽에는 외상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2일, A씨는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