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학생과 몸싸움으로 경찰 조사 받은 20대 남성
이후 집에서 흉기 챙겨 나와 살해⋯피해자 유족 “보복살인” 주장

설 연휴에 어깨를 부딪힌 고교생과 시비가 붙은 20대 남성. 이 남성은 경찰 조사 직후 해당 고교생을 찾아 흉기로 살해했다. /JTBC 뉴스 캡처
설 연휴였던 지난 1일, 고등학교 졸업을 불과 일주일 앞둔 10대가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당일 피해 학생과 실랑이가 붙어 경찰 조사를 받았던 20대 A씨.
발단은 사소했다. 경기도 동두천의 한 상가 건물에서 A씨와 B군이 서로 어깨가 부딪히며 몸싸움이 시작됐다. 이를 본 인근 주민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내가 피해자”라고 주장했던 A씨. 그는 경찰 조사가 끝나자마자 집에서 흉기를 챙겨 나와 B군을 찾아다녔다.
전동킥보드를 타고 머리에는 헬멧을 쓴 채였다. 이후 A씨는 한 건물 앞에서 마주친 B군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 일로 현재 A씨는 살인 혐의로 입건된 상황.
그런데 A씨가 B군을 찾아 나서던 시점, 지인과 나눈 메신저 대화가 심상치 않았다. 지인이 A씨에게 “진짜 칼 챙겼냐” “꼭 그래야 해?” “진정해봐”라고 말한 내용이 남겨져 있었기 때문.
이에 대해 유족은 “‘얘(피해자)를 죽이겠다’고 집에 들어가서 흉기를 챙겨 헤맸다는 건 보복살인”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유족의 말대로 A씨에게 보복살인이 인정될 수 있을까. 변호사들과 함께 알아봤다.
“보복의 목적 입증돼야 가능…인정 안 돼도 양형에 불리”
우리 법은 보복의 목적으로 살인죄를 저질렀을 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범죄가중법)에서 규정하는 보복살인죄로 처벌한다.
만약 단순 형법상 살인죄(제250조)가 아니라 특정범죄가중법상 보복살인죄(제5조의9)가 적용되면 더 무겁게 처벌된다. 살인죄의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특가법상 보복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다.
우선, 변호사들은 특정범죄가중법상 ‘보복’으로 인정되려면 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태희의 김경태 변호사는 “일상에서 말하는 보복과 법률에서 말하는 보복은 다르다”며 “특정범죄가중법상 보복살인으로 인정되려면 가해자의 형사사건과 관련한 고소, 수사 단서의 제공, 진술 등에 대한 보복의 목적이 있었다고 확인돼야 한다”고 했다.
즉 피해자 B군이 경찰 조사에서 A씨에 대한 진술을 했거나, 고소를 하는 등의 행동을 했고 그에 대한 보복의 목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는 의미다. 김 변호사는 “추후 수사 과정에서 이러한 점이 입증된다면, 보복살인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유준의 박지혜 변호사도 “피해자 B군이 A씨에 대한 사건 관련 자료를 제출하거나 진술한 것에 대한 보복이었는지 구체적인 사유가 밝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변호사들은 현재 정황에 비춰봤을 때 보복살인이 인정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지혜 변호사는 “A씨가 B군과 실랑이를 했고 그로 인해 경찰 조사를 받은 후, 범행을 저질렀다는 정황을 보면 일종의 ‘보복’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태 변호사는 “범행도구를 언급하는 등 A씨가 친구와 나눈 메시지도 A씨에게 보복의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했다.
설령 A씨에게 보복살인이 인정되지 않아도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일종의 보복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이 A씨의 살인죄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변호사들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