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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 김연경을 지지자로 오해받게 만들었다면, 명예훼손?

김기현 의원이 공개한 사진이 발단⋯악플 이어지자 “사실과 다르다” 입장 밝힌 김연경
김 의원 “표현 과정에서 오해받을 소지가 있었다면 유감”
“날 응원했다” 허위 사실 올렸다면, 허위 사실 명예훼손 책임 물을 수 있을까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배구선수 김연경, 가수 남진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가 논란이 됐다. /김기현 의원 페이스북
최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과 찍은 사진 때문에 그의 지지자라는 논란에 휩싸인 배구선수 김연경. 그런데 김연경이 이를 부인하고 나서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김연경의 일부 팬들은 사진을 공개한 김 의원을 향해 “선수 명예훼손 하는 일 없게 해달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발단은 지난달 27일, 김기현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연경, 가수 남진과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다. 김 의원이 꽃다발을 들고, 그 옆에서 김연경 등이 엄지손가락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김 의원은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저를 응원하겠다며 귀한 시간을 내주고 꽃다발까지 준비해준 김연경 선수와 남진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글을 남겼다.
김연경이 김기현 의원을 지지하는 것처럼 해석되는 내용에 김연경에겐 “실망스럽다” “태극기 집회나 가라”는 악플이 쏟아졌다. 그러다 지난달 31일, 김연경은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진을 찍었고, 꽃다발을 준비한 적 없다’며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함께 사진을 찍은 남진도 동일한 입장이었다.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저를 응원하겠다며 귀한 시간을 내주고 꽃다발까지 준비해준 김연경 선수와 남진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글을 남겼고, 이후 김연경 선수는 악플에 시달렸다. /트위터 캡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 선거에 나선 저를 응원하겠다며 귀한 시간을 내주고 꽃다발까지 준비해준 김연경 선수와 남진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글을 남겼고, 이후 김연경 선수는 악플에 시달렸다. /트위터 캡처
김연경 명예 훼손하려는 ‘고의’보다, 유명인 친분 과시 목적이 더 커 보여
우선 김연경과 남진 입장에 따르면, 김기현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사실이 아니다. 사전에 양측이 만남을 약속한 자리거나, 꽃다발을 이들이 따로 준비한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배구 팬덤에서는 김 의원이 김연경의 정치 성향을 오해하게 만들었다며, 선수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일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법적으로도 이런 경우 명예훼손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우선,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이 혐의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摘示⋅짚어서 보여주는 일)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성립한다. 처벌 수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이다(제307조).

법률 자문

'법률사무소 태희'의 김경태 변호사, '법무법인 예일중앙'의 배중섭 변호사. /로톡DB
‘법률사무소 태희’의 김경태 변호사, ‘법무법인 예일중앙’의 배중섭 변호사. /로톡DB
하지만 현재 정황에 비춰볼 때, 김기현 의원에게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어 혐의 성립이 어렵다는 게 변호사들의 의견이었다. 법률사무소 태희의 김경태 변호사는 “김연경 등의 입장을 보면 김 의원이 허위사실을 올렸다고 볼 수는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SNS에 사진을 올린 것이 일부러 김연경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이 되려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고의’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김기현 의원의 경우, 명예훼손의 고의 보다는 유명인과의 친분을 통해 자신의 명예를 높이려던 취지의 행동으로 보인다는 취지다.
같은 의견을 낸 법무법인 예일중앙의 배중섭 변호사도 “김기현 의원 입장에선 전국적인 지지를 받은 김연경에게 응원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정치적 상황에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 의원이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면서 김연경이 악플을 받는 등 곤란한 상황을 염두에 뒀다거나 그런 사정을 예측했다고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또한 김 의원이 허위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그 내용이 형법상 명예훼손으로 인정될 만한 표현이 아니라고도 했다. 배중섭 변호사는 “김연경이 김기현 의원이나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것으로 추측된다는 정도로는 김연경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 변호사도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치적인 자유가 있고, 정치색을 드러내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며 “특정 정치인 지지자처럼 보이게 했다고 김연경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했다고 판단하기 힘들다”고 짚었다.
한편 김기현 의원은 1일 이번 논란에 대해 “표현 과정에서 다소 오해받을 소지가 있었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